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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준별수업을 생각한다_1년 동안의 국어 수업을 돌아보며
  • 작성자 : 김현주

수준별 수업!

학교 교육 현장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 중 하나다. 이전부터 지금까지, 앞으로도 계속 지속될 논란거리일 것이다. 가능한가, 효과적인가, 아이들에게 상처가 되지는 않는가...

결론은! 수준별 수업은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경기새울에서는!

경기새울에서는 국어-영어-과학’ 3과목을 기본-보통-심화’ 3단계로 수준별 편성하여 수업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은 입교하면서 국어, 영어, 과학 3과목 시험을 치른다. 3과목 점수의 평균과 과목별 편차를 고려하여 3단계 수준별로 수업 학급을 편성한다. 수준별 수업 학급으로 월요일 6,7,8교시 및 금요일 2,3,4교시 수업을 진행하고, 나머지 수업은 입교 시 편성하는 학급대로 수업을 진행한다.

수준별 수업은 올해 최초로 시도하였다. 시도 전에 기술한 바와 같은 여러 우려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기존 학교에서 수준별 수업을 진행했을 때 효과가 미비했던 경험도 우려를 더했다. 그러나 경기새울의 학생 특성상 보통 교과는 수준별 수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내부적 의견이 모아졌다. 국어에서 맞춤법을 잘 모르고 다른 사람 앞에서 발표하기가 안 되는 학생이 존재하고, 영어에서 알파벳이 힘들고 파닉스가 어려운 학생이 존재하는 현실이 수준별 수업 진행의 바탕이 되었다.

 

국어 교과에서 수준별 수업은 어떻게 진행해야 할까. 여러 고민 끝에 크게 2가지 주제를 선정하고 그에 따라 수준별로 구체적인 수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계획하였다. 국어교과에서 가장 포괄적인 주제, 문학작품 감상과 논설문 쓰기를 선정하였다.

 

첫 번째 주제 [문학작품 읽기와 감상 나누기]

텍스트부터 기본반과 보통반, 심화반을 나누었다. 기본반의 텍스트는 그림책 30여권 (사진1)

보통반과 심화반의 텍스트는 창작과 비평 출판사에서 나온 청소년을 위한 소설 시리즈 (사진 2). 1권당 70여페지 분량의 단편 소설 24권 시리즈 중 본인이 선택하여 읽도록 하였다.
 

기본반은 30여권의 그림책 중 1권을 골라 읽고, 본인이 읽은 그림책을 다른 친구들에게 읽어주는 첫 번째 시간, 친구들이 읽은 그림책을 돌려 읽으며 포스트잇에 자신의 감상을 짧게 적어 그림책 앞장에 붙이며 서로의 감상을 나누는 두 번째 시간으로 구성하였다. (사진 3, 사진 4)

기본반의 경우, 사전 검사를 통해 지문 읽기가 어려움을 확인하였다. 그래서 짧은 소설책이라도 1시간 동안 온전하게 읽어내기 힘들다는 기본반 학생들의 상황을 고려하여 그림책을 활용하기로 하였다. 그림책의 특성 상 학생들은 부담없이 책을 선택하고 쉽게 읽어내었다. 원적교에서 단 한 권도 책을 읽지 않았다는 학생도 그림책의 경우에는 쉽게 다가서며 집중하는 모습을 확인하였다. 책을 읽고 자신의 소감을 덧붙이며 다른 친구들에게 자신이 선택한 책을 읽어주는 활동을 통해 읽기와 다른 사람 앞에서 말하기라는 두 가지 국어 교과의 영역을 쉽게 수행할 수 있었다. 말하기 활동을 거친 터라 두 번째 시간 쓰기 활동도 거부감 없이 진행되었다. 그림책이라는 특성, 지난 시간에 말하고 들었던 소감 내용, 짧은 글에 특화된 포스트잇이라는 소재가 효과를 극대화하였다고 자평한다. 기본반 학생들에게 중학교 수준을 완벽하게 이해하라고 강요할 수 없다. 국어의 기본인 듣기, 말하기, 쓰기, 읽기를 쉬운 소재로 접근하여 작은 성과라도 만들어 내는 것이 필요하고, 또한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하는 시간들이었다.

보통반과 심화반은 청소년소설을 읽고 감상을 적는 시간을 진행하였다. 보통반은 1시간 동안 소설책 1권을 온전하게 읽어내기 어려워했다. 그래서 2시간에 걸쳐 소설을 읽고 감상을 작성하도록 구성하였다. 감상문을 완성한 1~2명 학생이 발표하고 그것을 듣는 내용으로 진행되었다. 심화반의 경우 1시간 동안 소설책 1권을 온전하게 읽어내고 감상 작성까지 가능했다. 두 번째 시간에는 감상을 다듬고 발표하며 상호 간에 질의 응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같은 소설을 읽고 동일한 형식의 감상문을 작성하더라도 보통반과 심화반이 작성한 내용의 분량과 수준 등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사진 5)

이렇듯 [문학작품 읽기와 감상 나누기]라는 주제를 구현함에 있어 수준별 3단계로 나누어 진행하였고 단계별로 적합한 성과를 거두었다. 같은 학급에서 동일한 주제로 이질적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했더라면 성과를 내기 어려웠으리라 확신한다.

 

두 번째 주제 [환경 영상을 보고 자신의 생각 쓰고 나누기]

환경에 대한 3~5분 내외의 짧은 영상을 수준별로 여러 개 준비하였다. 영상을 구체적으로 읽어내고 이것을 근거로 삼아 본인의 생각을 정리하여 논설문을 작성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기본반의 경우, 쉬운 내용의 영상 2개를 보고 내용에 대해 교사가 질문하고 학생들이 답변하며 내용을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후 본인의 생각을 적어보았다. 보통반의 경우, 쉬운 내용의 영상 1, 중간 수준의 영상 1개를 보고 질의 응답을 포함하여 자유롭게 의견을 나눈 후 본인의 생각을 적는 순서로 진행하였다. 심화반의 경우, 환경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도록 먼저 일렀다. 그리고 영상을 보면서 자신이 생각한 논리를 뒷받침하는 내용을 메모하도록 지도하였다. 심화반 학생들에게는 쉬운 내용의 영상 1, 중간 수준의 영상 1, 토론하는 영상 1개를 제공하였다. 이후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동일한 주제의 영상을 보고 형태가 주어진 논설문을 작성하는 수업이었으나 수준별 3단계에 따라 다르게 결과물이 생성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진 6)

사족 하나. 경기새울학생들은 아직까지 자유롭게 긴 글을 쓰는 것을 어려워한다. 그래서 포스트잇으로 짧게 단어 위주로 쓴다든지, 정해진 형식 안에 글을 쓰도록 하였다.

제언

이질적인 집단, 1년에서 2~3개월의 짧은 위탁 기간, 배움에 흥미가 없는 학생들...

이런 환경에서 교과의 목표와 방법은 바뀌어야 한다. 경기새울에서 어떤 배움을 얻고 어떤 경험을 하며 어떤 가치를 얻어갈 것인가. 학생 개별 맞춤형 목표 설정과 수업 진행은 이러한 고민을 일정 부분 해결해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따라서 앞으로도 경기새울에서 수준별 수업은 반드시 필요하며, 계속 지속되어야 한다. 수준별 수업을 함께 하는 과목과 협업을 원활하게 하지 못 한 것이 가장 큰 아쉬움이다. 교과 간 협의 활성화를 과제로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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